[책마을] '시네마 천국' 감독이 들여다본 '영화음악 거장' 모리코네의 삶

입력 2022-06-10 17:52   수정 2022-06-11 00:43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는 대표작을 한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명곡을 남겼다. ‘석양의 무법자’ ‘미션’ ‘시네마 천국’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주제곡 등 450곡이 넘는 영화음악을 작곡했다. ‘영화는 잊혀도 음악은 살아남는’ 마술을 통해 영화음악을 하나의 독립된 예술 장르로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말》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모리코네의 개인적인 삶과 방대한 음악 세계를 화음처럼 엮어낸 책이다. 영화 ‘시네마 천국’의 감독이자 모리코네의 절친한 친구 주세페 토르나토레가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엮었다. 토르나토레와의 대화를 통해 모리코네의 80년 음악 인생을 밀도 있게 풀어낸다.

모리코네의 영화음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됐는지도 담았다. 세르조 레오네, 브라이언 드 팔마, 쿠엔틴 타란티노 등 거장 감독들과 때로는 다투고, 때로는 영감을 나누면서 작품을 완성한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다. 영화와 영화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읽을거리로 가득 찬 책이다.

모리코네의 예술적 신념과 창작론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대중 예술가’ 모리코네뿐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은 ‘실험가’ 모리코네를 조명한다. 그의 음악적 바탕이 젊은 시절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서 받은 고전음악 교육이란 점, 미국의 현대음악가 존 케이지에게 영감받아 만들어진 실험적인 음악집단인 ‘새로운 협화음 즉흥 연주그룹’에서 트럼펫 주자로 활동한 얘기도 다룬다.

모리코네는 특별한 전성기 없이 지속적으로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낸 창작자였다. 1960년대 세르조 레오네 감독과 함께 작업한 서부영화부터 1980년대 ‘미션’ ‘시네마 천국’, 1990년대 ‘러브 어페어’, 2000년대 ‘피아니스트의 전설’과 2010년대 ‘헤이트풀 8’까지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꾸준함의 원동력으로 실험 정신을 꼽았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것을 시도했고, 이런 과정에서 창작의 기쁨을 얻었다.

흔히 대중에게 많이 사랑받은 작품에 대해선 “예술적 가치가 낮을 것”이란 선입견이 따라붙는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말》은 이런 편견에 맞선다. 대중적인 작품을 쓰려면 음악을 보다 깊이 이해해야 하며, 섬세한 실험 정신도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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